왜 자기조절능력이 점점 더 중요해지는가?
자기조절능력이란 자신이 처한 상황과 일의 맥락에 맞춰 스스로의 행동과 감정을 잘 조절하는 것을 말합니다. 자기조절능력이 없는 갓 태어난 아기일 때는 먹고 싶으면 먹고, 자고 싶으면 잡니다. 본능에 따라 행동합니다. 그렇지만 어른은 다릅니다. 당장 배고프거나 잠이 오더라도 업무 중이라면 그 자리에서 잠자리를 펴고 누워서 자면 안 된다는 것쯤은 압니다. 자기의 행동과 감정을 잘 조절하는 어른일수록 목표를 완수하기 위한 계획을 꼼꼼하게 잘 세우고, 그 계획을 실행하며 적절하게 수정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어른일수록 사회적으로 성공할 확률이 높습니다. 이는 머리가 좋은 것과는 다릅니다.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그에 맞는 행동을 하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능력이기 때문입니다. 자기조절능력이 있는 사람은 언제, 어느 상황에서도 빛을 발합니다. 다이어트에 성공한 사람은 자기조절능력이 좋은 사람입니다. 스스로 먹는 양을 조절하고, 운동 계획을 실천하는 것은 어마어마한 자기조절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자기조절능력은 업무에 국한된 것이 아닌 삶의 전체적 영역에서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작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지점입니다.
초등학생 시기는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인지하고, 이를 처리하는 능력을 길러내는 시기 입니다. 아이들은 성인에 비하여 많은 것이 미숙합니다. 참을성이나 집중력 또한 그렇습니다. 공부를 잘하고 싶다면 책상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는 행동력과 그를 지속할 수 있는 집중력, 암기력이 필요합니다. 대부분 잘 성장한 어른은 화가 난다고 해서 남을 해코지 하거나 욕설을 함부로 내뱉지 않습니다. 이처럼 다른 사람과 함께 생활하다가 화가 났을 때 폭력적으로 대하지 않으려면, 사건 이후의 상황을 에측하는 힘과 상황을 판단하는 능력 그리고 참아내는 인내심 등이 필요합니다. 이처럼 자신의 행동을 상황에 맞춰 선택하고 조절하는 능력이 자기조절능력인 것입니다.
코로나 19로 인하여 요즘 아이들은 온라인 수업들 듣기 위하여 스마트기기 앞에 앉아 있어야 합니다. 온라인 수업은 사실 오프라인 수업에 비하여 더 높은 집중력과 이해력을 요구합니다. 그럼에도 현대 사회의 교육은 많은 부분 온라인화 되었습니다. 온라인 교육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온라인 교실 속에서도 같은 학년, 같은 반임에도 아이들이 학습을 받아들이는 모습은 천차만별입니다. 스스로 공부 계획을 세우고 자신의 능력치에 맞체 공부를 하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누군가가 옆에서 하나부터 열까지 어떻게를 가르쳐줘야 하는 아이들도 있고, 그마저도 못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교육뿐이 아닙니다. 온라인 게임이나 SNS를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온라인 세상 안에서 얼굴을 대면하지 않고 만나는 사람들과의 친분을 쌓게 되고, 유지하고, 관계를 이어나가게 되는데 미숙한 아이들이 '온라인 속 친구'를 바른 기준으로 잘 분별해 낼 수 있어야 합니다. 이 때문에 온라인의 생활이 현실, 그러니까 오프라인에서까지 잘 이어질 수 있는가에 대한 화두가 높아진 것입니다.
자기조절능력이 약하면 아이가 스스로 공부하기 어려워하는 것은 물론이고, 지금 당장 자신이 해야 하는 일에 대한 우선순위를 쉽게 놓치게 됩니다. 또한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목표가 무엇인지 흔들리기에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없게 됩니다. 온라인 사회를 살아가는 각 가정에 있는 아이들에게서 수업 집중력과 집 생활, 사회생활 등 다양한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이 아이들이 주도적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내기 위해서는 자기조절능력이 필수입니다. 살면서 필요한 어느 정도의 자기조절능력은 초등학교 저학년 때 대부분 습득할 수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코로나 팬데믹 이후 '자기조절능력'을 기르는 방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이와 관련한 책들도 많이 출판되었습니다. 지금부터 소개하는 이 책은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쓴 책입니다. 이 책은 자기조절능력과 관련한 이론과 더불어 꽤 구체적이고 자세한 지침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특히 part.2에서는 실전에서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아이를 양육하며 한 번쯤은 겪게 되는 흔한 사례들을 소개하며, 그런 경우에 어떤 말과 행동으로 양육해야 하는지에 대해 서술하고 있습니다. 또한 여러 체크리스트를 통하여 자녀와 양육자의 자가 진단이 가능하며, 다양한 사례들로 챕터를 구성하여 필요한 내용을 발췌하여 필요시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자기조절능력을 키워주는 양육방법
훈육이 필요한 순간에 아이들의 자기조절능력이 큽니다. 자기조절능력에는 감정 조절, 사회적 조절, 도덕적 조절, 시간 조절 등 다양한 조절력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자기조절능력'이란 무조건 참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들의 성장 속도가 다르듯이 자기조절능력도 모두 같은 속도로 발달하지는 않습니다. 아이의 기질이나, 부모의 양육태도 및 방법에 따라 발달 속도나 그 과정이 다르게 진행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이 책 속에는 각 가정의 부모가 아이에게 보완해줘야 할 기질과 키워줘야 하는 기질 등 양육의 과정에서 이해하고 참고할 수 있는 내용들이 담겨 있습니다.
그중에 눈에 띈 부분은 따뜻하고 허용적이면서 중요한 의사결정 과정에 아이를 참여시키고 규칙을 정해서 함께 지키는 양육 방식(민주형 양육방식)이 아이의 자기조절능력을 발달시킨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대목을 읽으면서, '나는 과연 따뜻하고 허용적인 부모였던가?'를 고민하였습니다. 제 딸아이는 나름 자기조절능력이 뛰어난 아이라고 생각하였었는데, 돌이켜 생각하니 시간조절력이나, 사회적 조절력은 뛰어난 편이나 감정조절력이나 반응억제력, 집중조절력은 다소 부족하기도 한 것이었습니다. 외동딸이기에 혹 어디선가 버릇이 없는 아이라는 말을 듣지 않게 하기 위하여 통제하였던 제 훈육방식이 아이에게는 자기조절력을 더디게 자랄 수 있게 한다고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이를 진정으로 아끼고 존중하며 인정하는 마음이 있어야 하며, 그것이 바탕이 될 때 아이는 스스로 자존감을 키울 수 있게 됩니다. 그때에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감정을 조절하고 좋은 행동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자존감은 자기조절능력을 기르는 밑거름이자 강력한 엔진입니다.
자기조절능력 연습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이 책은 꽤 구체적인 상황과 그에 따른 훈육 및 양육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특히나 사례 중심적 서술이기에 술술 읽을 수 있으며, 필요시에는 비슷한 상황의 챕터를 발췌하여 읽을 수도 있습니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자기조절능력의 발달단계는 다음과 같습니다.
0단계. 애착으로 자기 긍정감 키우기 : 자기조절능력은 안정 애착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아기에게 애착은 생존입니다. 그렇기에 애착이 안정적으로 잘 형성이 되어야 아이가 잘 자라며, 이러한 애착은 아기가 자신을 바라보고 세상을 바라보는 기준을 만들어줍니다. 안정적으로 애착을 형성한 아기는 자신과 다른 사람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세상을 따뜻하고 안전하고 좋은 곳으로 여기게 됩니다. 주양육자(부모)가 아기의 상태를 민감하게 파악하고 즉각적으로 반응해 주면, 그리고 그 반응에 일관성이 있다면 아이는 부모와 안정적인 애착을 형성합니다. 이런 보살핌을 받은 아이는 그렇지 않은 아이에 비해 감정 기복이 심하지 않아 감정조절능력이 잘 발달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안정적인 애착을 형성한 아이는 집중을 잘합니다. 이 시기의 부모는 섬세하며, 아기의 요구에 반응하고 일관성이 있는 양육태도를 갖추어야 합니다.
1단계.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법 배우기 : 한 돌이 되면 아이는 단어를 말하기 시작하는데, 이 시기에 단어가 늘면서 다양한 것들을 말로 표현합니다. 감정도 그 중 하나입니다. 감정조절을 잘하려면 먼저 그 감정이 무엇인지 알고, 감정을 구별하여 감정에 이름을 붙일 수 있어야 합니다. 다양한 표정이 있는 그림책을 이용하여 감정에 이름 붙이기 연습을 하며 아이가 감정을 구별하고 이름을 붙이도록 도와줍니다. 이렇게 반복하여 연습하다 보면 아이는 점차 말이 늘어나면서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기 위해 언어를 사용하게 됩니다. 말로 점잖게 감정표현을 하기 위해선 이 시기부터 연습을 시켜야 합니다. 부모는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는 것부터 해야 합니다. 그리고는 아이의 언어 수준에 맞는 말로 화를 표현하도록 알려줍니다. 그렇게 반복해서 알려주면 어느 날 말로 화를 표현할 때가 있는데, 이때 아이를 크게 칭찬하면 아이는 이후 감정을 말로 표현할 수 있게 됩니다. 아이들은 쉽게 울고 화를 내곤합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하기 싫을 때,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도 화를 냅니다. 화가 나는 감정은 사실 괜찮습니다. 다만 그 화를 '어떻게 표현하는가'가 중요합니다.
이때 부모들이 쉽게 행하는 실수가 있습니다. 먼저 아이에게 하지 말라고 가르친 행동을 부모가 하는 것입니다. 아이에게는 화가나도 물건을 던지면 안된다고 가르치는 부모가 정작 본인이 화가 났을 땐 물건을 던지게 된다면, 아이들은 어떤것이 옳은지 혼란을 겪게 됩니다. 친구를 때리면 안 된다고 해놓고, 부모가 아이를 때리는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들은 무의식 중에 자신이 본 것을 따라하게 됩니다. 더불어 크게 야단쳐서 버릇을 고치려고 합니다. 아무리 심하게 혼나더라도 미숙하기에 다음에 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 있는 것이 아이입니다. 아이는 실수하고, 그 실수를 바로잡고 또다시 실수하고 또 바로 잡으며 점차 배워나가며 능숙해지는 존재입니다. 지나치게 혼을 내면 아이에게 두려움으로 남아 정서적 상처를 안겨줄 수 있습니다.
2단계.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 구분하기 : 이 시기부터는 아이가 사회 속에서 스스로 자기조절능력을 키우는 주체가 됩니다. 습득한 정보를 활용하여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것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나'라는 사람에 대한 설명을 자아개념이라 합니다. 긍정적인 자아개념을 가진 사람은 자신감과 자존감이 좋고 더 잘하려는 의지가 있기 때문에 자기조절의 강력한 동기가 생깁니다. 이에 이 시기의 아이들이 긍정적인 자아개념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또한 이 시기에는 아이들의 언어 능력이 자라고 상상력이 풍부해지기에 생각으로 마음을 다스리는 연습이 가능해집니다. 언어와 상상력을 이용하여 자기조절능력을 키워가야 합니다.
3단계. 자존감과 도덕심, 인내심 : 초등학생 때에는 자존감, 도덕심, 인내심 이 세가지가 중요하게 길러져야 하는 자기조절능력입니다. 먼저 자존감은 앞으로 경험할 예측하지 못할 사건과 시련에도 상황에 굴하지 않고 자신을 지킬 힘이 됩니다. 두 번째로 도덕심은 아이를 유혹이나 충동에서 구해줄 뿐 아니라 남을 돕거나 규칙을 지키는 등 사회성에도 매우 큰 영향을 끼칩니다. 마지막으로 인내심은 힘들고 지루한 것을 참고 이겨낼 수 있는 힘으로 학습력의 밑바탕이 됩니다. 흔히들 훈육의 상황에서 '엄마가 없어도 똑같이 행동해야지.'라는 말을 많이 하곤 하는데, 주변에 혼낼 사람이 없거나, 들키지 않을 것 같다면 아이들이 쉽게 거짓말을 합니다. 이는 자존감의 부족을 드러내는 부분입니다. 자존감은 도덕적인 자기조절능력을 키우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자존감이 높은 아이들은 자신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서 스스로 목표를 정할 수 있기에, 그 목표를 이루려는 동기가 강합니다. 높은 자존감은 자기조절능력에 날개를 달아줍니다.
부모 또한 자기조절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부모는 아이가 만나는 처음 세상입니다. 부모의 자기조절능력을 길러내기 위해서는 가정에서 어떻게 할지에 대한 규칙을 세웁니다. 행동목표를 세워두면 불필요하게 화내는 일이 잦아듭니다. 부모도, 아이도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늘 마음에 새겨두며 내일은 오늘보다 나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의연한 태도를 갖도록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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